‘대한민국 문학기행의 시작과 끝’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땅끝 순례 문학관이 지난 4일 새롭게 재개관 했다.
이번 땅끝 순례 문학관의 재개관이 핵심은 관람객 편의에 맞춰 전시 환경을 개선하고 최신 기술을 접목한 콘텐츠를 보강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땅끝 순례 문학관은 고산 유적지(해남읍 연동마을)부근에 위치한 1.484㎡ 규모의 공립 문학관으로, 문학 순례 객들이 언제나 편하게 찾아올 수 있도록 한 개방형 문학관이다.
이번 재개관을 기념해 영·호남 문학 특별 교류전으로 ‘뜨거운 상징-육사와 남주’ 전시회도 마련됐다.
특별전은 오는 27일까지다.
육사와 남주의 만남은 한국 문단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큼 획기적인 사건이다.
시대의 상징이자 영호남을 대표하는 두 남자의 만남은 그 자체로 뉴스다.
죄수 번호 264, 그래서 이육사가 된 ‘청포도’ ‘절정’의 유명한 작품을 남긴 그와 자유와 혁명의 해방 시인 김남주 시인이 땅끝 순례 문학관에서 만난다.
이육사의 친필원고 ‘바다의 마음’ 외 다양한 육필, 김남 주의 옥중서신 등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가슴 벅찬 감동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으로 우리나라의 독립과 광복을 노래했던 경북 안동의 이육사 시인과 유신 독재에 반대하며 민중의 평등과 자유를 주장했던 전남 해남의 김남주 시인의 삶과 문학정신을 한 공간에서 만나는 특별전이다.
특별전 연계 행사로 12일 오후 3시에 땅끝 순례 문학관 로비에서 이육사 시인의 딸 이옥비 여사와 김남주 시인의 부인 박광숙 여사가 만나 토크쇼를 펼친다.
황지우 시인이 이옥비 여사와 함께 ‘나의 아버지 이육사’에 대해 토크쇼를 진행하고, 이어 김형수 시인이 박광숙 여사와 함께 ‘나의 남편 김남주’를 테마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양승호 테너와 이영규 소프라노가 출연해 ‘청포도’ ‘광야’ 등을 주제로 공연도 선보인다.
앞서 지난 4일 오후 2시에 땅끝 순례 문학관 재개관식이 거행됐다.
이날 재개관식에는 문정희 시인(국립한국문학관장)과 김종회 한국문학관 협회장, 황지우 시인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특히 이동주 시인의 딸인 이애정 씨, 김남주 시인의 아들 김토일 씨, 고정희 시인의 오빠인 고용 씨도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명현관 군수는 인사 말씀에서 “해남은 조선시대부터 면면히 내려온 유려한 문학의 역사를 지닌 시문학의 고장”이라며 “그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고 성과를 발전 시키기 위해 건립했던 땅끝 순례 문학관은 2023년도에 대한민국 최우수 문학관에 선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위상에 걸맞게 새로운 전시실로 탈바꿈하게 돼 뿌듯하고 자랑스럽다”며 “작가의 소중한 유품을 흔쾌히 기증·기탁해 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명 군수는 “소중한 자료들은 앞으로 더 다양한 전시와 연구를 통해 발전시켜 대한민국 문학 발전의 중심에서 함께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재개관한 땅끝 순례 문학관 1층에는 토속적 서정과 한의 시인으로 정평이 난 이동주 시인, 자연과 삶의 근원을 통찰한 시인으로 평가받는 박성룡 시인, 자유와 해방의 혁명 시인으로 추앙받는 김남주 시인, 여성주의 문학의 선구자인 고정희 시인 등 네 명의 시인실을 꾸며 놓은 게 특징이고 제1의 관람 포인트다.
또 제2의 관람 포인트는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시인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가를 보여주는 꾸불꾸불한 길이 나타난다.
이 시인의 길에 들어서면 센서가 작동해 해남의 바닷바람이 솔솔 불어와 가슴에 안긴다.
제3의 관람 포인트는 네 명의 시인실에 비치된 ‘스탬프’다.
이 스탬프는 각 시인의 방에 들어설 때 로비에서 가져온 엽서를 넣고 도장을 찍는 것으로, 땅끝 순례 문학관 전경을 네 갈래로 구분해 각 실마다 색상으로 구분해 놓았다.
이동주, 박성룡, 김남주, 고정희 시인의 방을 다 거치면서 스탬프를 다 찍으면 비로소 엽서가 완성된다.
이 엽서는 실제 사용할 수 있다.
제 4의 관람 포인트는 문학 테라피(실감 영상)와 아카 이브실이다.
이 곳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이유리 학예연구사가 기획한 의미 있는 공간으로 꼽힌다.
제5의 관람 포인트는 2층에 있는 포토존이다.
땅끝 순례 문학관 외관이 전통과 현대의 공존이어서 2층 수련루 옆 잔디 정원에 서면 팔각지붕의 처마와 잔디 정원이 다이아몬드 형태 <사진 참고>를 띠어 이곳에 서서 스마트 폰으로 촬영하면 영화의 한 장면이 될 만큼 아름답고 기념으로 남길만한 사진이 완성된다.
게다가 수련루에 앉아서 잠시 멍을 때려도 좋고 로비에서 가져온 원고지에 감명받은 시 구절을 옮겨 적어도 좋다.
내 고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중략)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 나는 자유/ 땀 흘려 함께 일 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중략)
이육사의 ‘청포도’와 김남주의 ‘자유’라는 작품의 한 구절을 옮겨봤다.
원고지에 또박또박 써보는 재미가 새로웠다.
그만큼 우리는 글쓰기에서 멀어졌단 후회가 밀려왔다.
